
EunPyeong Public Library
은평구립도서관
Since 2000
Location :
San 59-32, Bulgwang 1-dong, Eunpyeong-gu, Seoul, Korea
Use:
Education
Site Area:
8.600.00 m²
Building Area:
1,195.31 m²
Gross floor area:
5,059.36 m²
Construction:
R.C
Building scope:
UN1F, 3F
Carge :
Kim Gyeonggon
Constructor :
Websit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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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겨울 어느 인테리어 사무실의 개업 오프닝 행사 자리에서 시 낭송을 하는 흔치 않은 모습을 보게 되었다. 평소 여늬 자리에서 곧잘 시를 낭송하길 좋아하던 나로서는 자연 눈길이 쏠리는 자리였다. 텔레망(Telemann)의 바이올린 협주곡 이었는지 라벨(Rabel)의 죽은 비(妃)를 위한 파반느(pavane) 였는지 기억이 확실하지 않으나 조용히 배경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분명하고도 호소력 있는 음성이 도저한 물살을 헤치며 가는 돛배처럼 좌중을 휘감아 갔다.
눈을 감고 침묵 속의 독백과 같은 시를 듣고 있던 나는 어느 구절에 이르렀을 때 ‘아! 이것 이었구나’ 하고 가벼운 탄성을 속으로 발하였다. 내가 은평 구립 도서관에서 그렇게도 석양을 향하여 서고자 하였던 심중의 이유가 지금껏 무어라 분명히 말할 수 없었는데 바로 이 시의 진술 내용에 고스란히 담겨 있구나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기 때문이다. 그 순간 내 눈앞엔 숭고한 한 인간의 모습이 떠오르고 있었다. 마치 석양의 화신인양 붉은 빛을 온몸에 받으며 …
이렇듯 나는 어떤 주문에 사로잡힌 듯 은평 구립 도서관 설계를 진행하며 그 무엇 보다 오래 석양을 생각했고, 끊임없이 그것을 바라보았다. 도서관은 석양을 향한 나의 이러한 집착과도 같은 몽상으로 부터 비롯된 것이며, 나는 이곳에 석양이 주는 그 황홀 하면서도 신비한 빛을 위한 한편의 서사시를 쓰듯 터를 고르고 벽과 기둥을 세우고 단을 만들어 나갔다. 이리하여 이곳은 신화가 상실된 시대에 다시 신화를 만들어 가고자 하는, 한 우매한 인간의 한결같은 발걸음과 염원을 담은 석양의 신전에 다름 아니다.
다음은 지난해 겨울 나를 사로잡았던 시의 전문이다.
바람 속에 당신의 목소리가 있고
당신의 숨결이 세상 만물에게 生命을 줍니다.
나는 당신의 많은 자식들 가운데
작고 힘없는 아이입니다.
내게 당신의 힘과 지혜를 주소서.
나로 하여금 아름다움 안에서 걷게 하시고
내 두 눈이 오래도록 夕陽을 바라볼 수 있게 하소서.
당신이 만든 물건들을 내 손이 존중하게 하시고
당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내 귀를 예민하게 하소서.
당신이 내 부족 사람들에게 가르쳐 준 것들을
나 또한 알게 하시고
당신이 모든 나뭇잎, 모든 돌틈에 감춰둔 교훈들을
나 또한 배우게 하소서.
내 형제들 보다 더 偉大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장 큰 적인 내 自身과 싸울 수 있도록
내게 힘을 주소서.
나로 하여금 깨끗한 손, 똑바른 눈으로
언제라도 당신에게 갈 수 있도록 준비시켜 주소서.
그래서 노을이 지듯이 내 목숨이 사라질 때
내 혼이 부끄럼 없이 당신에게 갈 수 있게 하소서.
( 인디언 수우族의 口傳 기도문 )




구상과 형상 (일상의 출구를 위한 영혼의 집)


은평 구립 도서관은 야트막한 동산으로 이루어진 불광 근린공원 내에 입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서향 경사면에 위치하고 있는 부지란 도서관의 입지 조건상 양호한 곳이 아니다. 그곳의 강한 일광과 자외선으로 인해 환경적 측면에서 독서와 도서의 보존에 불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배치 계획도 서향과 마주하는 것은 되도록 피하는 것이 상식처럼 되어 있다. 그러나 이곳 불광 공원의 산등성이에서 서쪽을 향하여 완만히 경사져 내려가는 부지에 서보면 이러한 사실은 이 장소에서 극복하고 넘어 서야 할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된다. 왜냐하면 이곳의 서향은 그야말로 도시의 풍경이 한눈에 척 들어와 눈맛이 참으로 시원할 뿐 아니라 무엇보다 해질 무렵 노을을 바라보며 조용히 사색에 잠길 수 있다는 것이 이곳의 큰 즐거움인 까닭이다. 도서관의 이러한 입지 여건은 처음부터 강한 인상을 심어 주었고, 시간이 흐를수록 노을에 대한 이미지는 나의 몽상을 키워 나가는 지속적인 촉매로 작용 하였다. 생각해 보라, 석양의 황홀하면서도 신비한 빛과 그 우수가 주는 메시지를. 이는 그 어떤 도서관의 그 어떠한 텍스트보다도 우리로 하여금 끊임없이 자연의 경이로움에 눈뜨게 하고 삶과 죽음의 의미를 깊게 일깨워 주고 있지 않은가! 무엇이 이보다 더 이곳을 예지의 장소로 만들어 줄 수 있을까? 나는 이것을 모티프로 삼아 작업을 진행 하였다.
입지 조건의 부정적 요인은 내부 환경의 물리적 처리를 통해 약화 시키고, 석양이 주는 정서적 요인을 더욱 강조함으로써 오히려 도서관이 이루어야 할 본질적인 장소성을 구축하는 기반으로 삼았다. 이는 이 지역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인자가 될 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장소성을 존중하고 환경 질서에 부응하기 위해선 먼저 지형지세에 순응하는 낮은 단형의 메스 처리가 요구되었다. 이 외적 요구는 도서관이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과 결합하여 내부 공간의 시스템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여기에 단형의 옥상 및 옥외 공간에 독서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설을 조성하고 뒷산과 다리로 연결하여 산책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는 지상의 공원이 하늘로 솟아오르고 그 하부에 도서관의 기능이 들어선 형국으로 자연과 합일을 이루기 위한 기본적인 개념의 결과이자 공간 구성의 큰 특징이다. 대개 개발이라는 명분으로 훼손되어 건물로 점유되어 가곤 하는 공원을 가급적 본래의 성격대로 유지하면서 새로운 기능이 첨가된 장소로 거듭 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땅의 효율을 높이고, 땅과 사람의 관계가 친밀함 속에서 이상적인 결합을 이루길 바랐다.
이 도서관의 성격을 형성하고 있는 것은 외부 공간을 구성하고 있는 4가지 요소이다. 그중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뒷산에서 도서관 옥상으로 연결되는 석교(夕橋)이다. 이것은 이 도서관의 개념을 가장 확고히 하는 생명줄과 같은 존재로서 건축과 자연을 하나로 엮어 융화하게 하고, 이곳을 산책하는 사람들에게 도서관의 입구에서 공원의 정상까지 단절 없이 소요할 수 있게 함으로써 인간과 자연을 서로 소통하게 하고 인간이 지니고 있는 존엄한 자유정신을 한껏 고양시키는 요소이다. 또한 각층에 마련된 응석대(凝夕臺)는 이 도서관의 원심력이 내재된 곳으로서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며 이곳의 이미지 형성에 강한 파장을 주고 있는 요소이다. 특히 독서 공간의 외부 확장으로 내외 공간의 유기적인 결합을 도모 하거니와 이곳에서 자연이 주는 배움을 통해 인간과 자연이 본래 하나의 근원에서 비롯되었음을 알게 하는 삶의 묵시적인 교훈을 함축하고 있다. 중정인 반영정(反影井)은 이름 그대로 존재의 그림자를 투영하는 상징적인 요소로서, 그곳에 반영된 하늘을 보며 고요히 자신의 내면 풍경을 비추어 보는 인간의 심성을 향한 구심력이 내재된 곳이다. 그리고 주출입구 앞의 전정 공간에 수직으로 직립한 5개의 원주(圓柱)는 이 도서관의 프롤로그이며 오버츄어와 같은 요소로서 이곳이 도서관임을 알리는 솟대와 같은 성질의 것이다. 도서관 자체가 땅에서 하늘로 일어선 수직의 존재이지만, 열주는 바람을 포착하기 위해 기립한 깃발과 같이 이 장소의 보이지 않는 존재를 향하여 선 그 무엇이다. 한낮 동안 천공을 향하여 직립한 열주는 해질 무렵 긴 그림자를 드리우며 생의 허무와 초월을 향하여 사라진 존재의 행렬처럼 이곳에 서있을 것이다.
형상이란 존재하는 동안 그곳에 머무르고 있는 에너지의 덩어리이며 빛의 결정체이다. 그것은 언젠가 끊임없이 충돌하는 새로운 빛으로 와해될 빛의 화신이고 응집이다. 그래서 모든 재료란 기본적으로 하나의 빛이다. 사물들의 형(形)이 공간(空間)의 형과 물체(物体)의 형으로 나뉘는 것은 빛이 지금 그곳을 통과하고 있거나 머물러 있는 것의 현상이다. 이곳에 머무르며 도서관이 된 빛은 단색조인 노출 콘크리트이다. 이 재료는 자기의 존재를 꾸밈없이 보여주므로 순수(純粹) 하고 담대한 의지의 이미지를 함축하고 있다. 이러한 이미지에 표면의 무채색은 수묵화에서 느낄 수 있는 한아(閑雅) 하면서도 번잡하지 않은 기운을 더한다. 그래서 대칭으로 축을 지니며 정좌(靜坐)하고 있는 장중한 형상을 짓고, 강렬한 석양의 붉은 빛을 담아내기에 적절한 재료라 생각했다. 더욱이 이곳에 분포하고 있는 소나무 숲의 향기와 어울리니 제격이다. 이 빛은 앞으로 이곳의 형상과 화음을 이루며 하늘을 지붕으로 삼고 있는 이 도서관에 노을이 비치고 어스름이 내릴 때, 데이비드 다링(David Darling)의 < 다크 우드(Dark Wood) >에서 울리는 첼로 현의 낮고 무거운 음과 같은 소리로 우리의 일상을 비집고 시원으로 부터 오는 신화를 전해줄 것이다.
석양에 대한 나의 이러한 몽상과 경도된 마음은 이곳이 교육의 장소인 도서관이기에 더욱 심화된 것이다. 수많은 정보가 우리에게 주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무엇을 위해 필요한 것인가? 하는 물음을 통하여, 이곳이 다만 첨단 정보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많이 수장하고 그것을 어떻게 편리하게 이용하고 제공하느냐 하는 창고형 마켓 같은 도서관이길 지양했다. 정보를 취하여 우리가 결국 인생에서 실현하고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 생각할 때, 도서관이 그 이상(理想)의 구현을 스스로 보여 줌으로써 정보의 필요성과 배움에 대한 당위가 실천으로서 입증되는 것이라 생각했다. 이것이 정보 도서관이기에 앞서 이 장소가 사람과 자연이 하나로 함께 융화할 수 있는 지혜를 일깨우는 배움의 터전이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그래서 도서관의 소프트웨어라 할 수 있는 내부 기능의 성능도 중요한 부분이지만 하드웨어인 장소성의 구축에 근본적인 뜻을 두고 더욱 관심을 기울인 까닭이 있다.
이 도서관에 이윽고 해가 지고 어둠이 깃들게 되면 두런거리는 밤공기 속에 잠을 깬 공원의 요정들이 하나 둘 석교를 넘어오고, 하늘에선 무수한 별들이 나와 하늘로 향하여 가는 이 산책로를 가득 채우리라. 이것이 이 도서관이 구축한 매일 업데이트하는 최신 정보의 서버이다.

침묵의 관조
silence - contemplation
시경의 상상
poetical - imagination
inspiration
개념의 구상
concept - conception
요소의 구성
element - composition
형태의 형성
shape - formation
실재의 구축
reality - construction
허상의 지향
ghost image - intention
허무의 승화
nothingness - sublimation







































